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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AI는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까?

제뉴 2025. 6. 12. 01:04

최근 몇 년 사이, 과학계에서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이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던 방식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AI 과학자가 있다. 과거에는 SF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생각하는 기계”, “연구하는 로봇”이 이제는 실제 과학의 현장에 깊숙이 들어왔다.

 

AI는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다

우리가 AI를 떠올릴 때 흔히 상상하는 건 ‘자동화된 계산’, ‘검색’ 또는 ‘데이터 정리’ 역할일 것이다.하지만 최신 AI는 이런 기본적인 보조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이다.

이 AI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여 생명과학계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기존에는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수년간의 실험이 필요했지만, 알파폴드는 이 과정을 수초 만에 예측하고, 그 정확도는 심지어 인간 과학자들의 예측을 능가하기도 한다. 즉, AI는 더 이상 실험실의 ‘도구’가 아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동료 연구자가 된 것이다.

 

‘AI 과학자’의 등장: 어디까지 왔나?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AI 연구자’ 플랫폼들은 기존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 IBM의 디스커버리 AI(Discovery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 후보 물질을 스스로 발굴하고, 예측 효능과 부작용까지 정리한다.
  • MIT와 협업한 AI 로봇 과학자 'Eve'
    기존의 논문을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가치가 높은 주제를 스스로 골라 실험까지 설계한다.
  • NVIDIA의 BioNeMo 플랫폼
    생물학, 유전공학, 약리학 분야에서 자연어로 명령을 입력하면 분자 구조 모델링부터 실험 시뮬레이션까지 수행한다.

이러한 AI 과학자들은 이미 수많은 논문을 '공저자'로 등록하고 있으며, 특히 생명과학, 신소재, 화학 분야에서 기존의 연구 속도를 10배 이상 단축시키고 있다.

 

인간 과학자와 AI의 공존

AI가 연구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이들이 묻는다. “그렇다면 인간 과학자는 사라질까?”

하지만 AI 과학자의 등장으로 인간 연구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인식하고 가설을 도출하는 데 뛰어나지만, 연구의 윤리성, 사회적 영향,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등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AI가 추천한 신약 후보군 중 50개를 연구자가 직접 실험하고 검토해, 최종적으로 임상에 적합한 2개를 골라냈다. 이처럼 AI는 연구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추진체’, 인간은 방향을 설정하는 ‘항해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AI 과학자 시대의 윤리적 과제

AI가 연구를 주도하게 되면서 윤리적인 논의도 필수적으로 따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논점은 다음과 같다:

  • AI가 만든 논문은 누구의 지식인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AI 생성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특허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 오용 가능성은 없는가?
    AI가 만든 화학식이나 바이오 실험 결과가 잘못된 손에 들어간다면, 생물학 무기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 AI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AI가 내린 판단이 잘못되어 연구 결과가 왜곡되었을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이유로 AI가 만든 결과물을 인간이 반드시 검토하고, 검증하는 ‘AI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 AI는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까?

이제 진짜 흥미로운 질문을 해보자. AI가 과학적 발견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하는 날이 올까?

이미 일부 과학계에서는 AI가 연구를 주도해 만든 논문이 주요 학술지에 실리고 있고, ‘공동저자’로 AI가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알파폴드의 경우만 해도, 수많은 논문과 실험 설계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런 시대가 계속된다면, 노벨상 위원회가 ‘AI’에게 상을 수여하는 날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으로선 노벨상은 인간 개인이나 단체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과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언젠가는 ‘AI 과학자’가 인간과 함께 수상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무리: 우리 시대의 연구란 무엇인가

‘현실이 된 AI 과학자 시대’는 단순히 기술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과학의 방식이, 지식의 창출 방법이, 인간의 역할이 바뀌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의 과학은 “혼자 고민하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과학자”의 모습이 아니라,
“AI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설계하며, 결과를 검토하는 협력의 형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과학을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
AI의 도움을 받는 누구나가 더 빠르고 정밀한 탐구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
그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상상력을 펼쳐야 할까?